탄소중립 ‘UAM’ 시대 연다
도심항공교통 산업 최적지
아시아 최대 엔진정비공장
해외정비 의존도 국내 전환
노후산단을 미래산업단지로
1000여명 인력 고용 기대

인천시가 교통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UAM 상용화에 나섰다. 사진은 드론으로 선박 화재 진압 실증을 하고 있는 모습.(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인천시가 교통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UAM 상용화에 나섰다. 사진은 드론으로 선박 화재 진압 실증을 하고 있는 모습.(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최근 홍수 피해가 증가하고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전 세계가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면서 탄소중립 등 기후 위기 극복이 글로벌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시인구집중으로 인한 교통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인천시는 대응책으로 도심 상공을 활용하는 3차원 친환경 운송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도입 등 항공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UAM은 일명 ‘하늘을 나는 택시’라고 불리며 도시화에 따른 문제점 해결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항공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융합, 도시교통에 새로운 혁신과 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도 전국 광역 시·도 등에서 앞다퉈 UAM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미래 산업 경쟁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다. UAM은 도시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산업은 제조부터 컴퓨터, 자율비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개조, 정비까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한다. 여객·화물·운송이 대표적이다. 항공기의 수리, 정비, 개조를 의미하는 항공정비산업(MRO)은 다른 미래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인 동시에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항공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12.2%로 자동차부품 5.5%, 기계 5.3%, 조선 3.3%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여객과 화물 운송 등이 대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도시의 주요 문제인 안전·환경·시설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드론과 함께 친환경적이고 저소음 운송이 가능한 UAM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40년 UAM 시장규모가 약 162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은 세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운송·물류 중심지 요건을 갖춘 만큼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 항공산업(MRO·드론·UAM)으로 이륙하는 초일류도시를 목표로 삼았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14일 중구 영종도 부지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14일 중구 영종도 부지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MRO 사업 등 육성 본격화

인천시는 인천공항 항공정비복합단지 조성과 함께 항공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분야의 국제적 항공정비 및 개조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독일, 중국 등 해외 주요 거점공항은 이미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진행하며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외국업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 분야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해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부품 제조기업의 신규 진입과 글로벌 무대 진출이 원활하도록 인증 획득을 돕는다.

항공정비산업 종사자 육성을 위해 교육기반을 마련하고 고교생부터 재직자까지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초급기술자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미 확정된 중정비, 엔진정비분야에서만도 2026년까지 2500여명의 직접고용 순증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항공정비 물량(연 2조 5200억원)의 54%에 달하는 해외 의존도를 국내로 전환시킨다는 구상이다. 향후 청년남성의 병역문제와 정비분야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적 노력도 강구한다.

인천공항내 항공정비복합단지와 함께 이스라엘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의 화물기 개조사업과 미국 아틀라스항공 중정비센터를 유치했다. 또 대한항공의 경기 부천시 엔진정비공장 영종국제도시 이전도 성사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한항공이 2027년 개장을 목표로 이곳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신엔진정비공장 건립에 첫 삽을 떴다. 축구장 14개 크기인 약 10만㎡규모로 직접고용 인원 1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 1조원 이상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장이 완료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사의 엔진 정비도 가능해진다. 엔진 정비 가능 물량도 연간 100대에서 360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항공정비산업인 MRO(수리·정비·개조) 육성도 본격화한다.

특히 엔진정비분야는 전체 항공 MRO 시장의 45.8%를 차지하게 되며 2033년까지 연 4.0%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항공우주산업 인재 육 성을 위한 항공정비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과 운항정비 모습(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항공우주산업 인재 육 성을 위한 항공정비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과 운항정비 모습(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인천에 유치한 이스라엘 IAI의 화물기 개조 사업은 오는 7월 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고, 아시아 태평양지역 항공정비 허브 역할을 할 미국 화물전용 항공사인 아틀라스항공(Atlas Air)의 중정비센터도 올해 안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 신엔진정비공장과 IAI, 아틀라스항공 등 글로벌 기업이 인천에 자리잡으면서 인천은 세계적 항공정비산업 요충지로 도약하고 있다.

앞서 이달 7일 인천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2026년까지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과 인천공항 중심 신항공생태계 구축 등을 강조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글로벌 메가 허브 공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주요 항공정비 선도국은 대부분 정부 주도로 산업 육성을 추진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져 재정·행정적 지원의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항공정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시도 ‘인천형 항공정비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형 항공정비산업은 대한민국 항공정비산업 성장에 필요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며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을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드론산업 기반 조성 경쟁력 강화

도서지역이 많은 인천은 미래형 산업으로 드론산업도 부각된다. 드론은 위험한 작업이나 대규모 지역의 빠르고 정밀한 탐사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시는 드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부품 국산화를 이끈다. 인천 소재 드론 기업은 2022년 기준 43개로 전국 대비 약 15.7%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천시는 조례 제정 등 지원 근거를 마련해 관내 드론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17년부터 갯끈풀(생태계교란종)조사, 해상인명구조, 재난감시, 긴급우편, 생필품 전달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8~2023년까지 청소년·노년층의 지역 구성원들의 드론 비행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체험·강좌도 진행해 총 8007명이 수료했다. 인천에는 국가 드론전용비행시험장과 드론 인증센터가 구축됐다.

시는 전국 광역시‧도 최초로 신기술(라이다‧ 드론)을 활용해 변화된 도시 내 도로‧건물 등의 정보를 수시로 갱신할 수 있는 정밀 전자지도를 만든다. 그동안 전체 행정구역 1105㎢ 가운데 도시 지역 596㎢의 전자지도를 만들어 행정 기초자료로 활용했지만 10년 이상 지형지물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제약이 컸다. 올해는 89.75㎢를 먼저 갱신해 고정밀 전자지도를 만들고 2025년부터 섬 지역과 경제자유구역까지 갱신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수시 갱신 체계가 구축되면 2026년부터 기존 10년 이상이던 지도 갱신 주기가 1년으로 짧아져 도시계획·관리, 주요 인허가와 설계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수시 갱신에는 드론을 비롯한 신기술이 활용된다. 예산은 총 49억원이며 국토교통부 주관 공모사업으로 확보했다.

2023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현장 부스 (제공: 인천시제공) ⓒ천지일보 2024.03.26.
2023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현장 부스 (제공: 인천시제공) ⓒ천지일보 2024.03.26.

◆UAM 가속화·산업 육성 추진

UAM 사업은 도시인구집중,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항공교통은 항공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융합되는 산업으로 도시 교통에 대한 새로운 혁신과 혁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시는 오는 2050년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86% 수준으로 각종 문제로 인한 경제, 사회적 손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UAM을 인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갖추는 분야로 선정해 청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드론 장비를 활용해 안전·환경·시설물 등에 대한 입체적 관리 및 도심항공교통 체계 도입과 섬 지역 일일생활권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공항과 항만 산업단지 등 인천의 강점을 기반으로 가정 먼저 ‘도심항공교통 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이뤄진 지역 내 노후산업단지를 자동차와 항공이 융합된 미래산업단지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또 시는 UAM 기술 발전과 국내외 동향을 살필 수 있는 ‘K-UAM 콘펙스(Confex)’를 2021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콘펙스는 콘퍼런스(conference)와 전시회(Exhibition)가 결합한 행사로 UAM 허브도시의 위상 확보에 목적을 둔다.

온라인을 통해 기체를 미리 테스트해 실제 운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을 사전 확인해 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지난해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기간 운용할 UAM 서비스를 미리 선보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는 지난해 5월 국가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 2단계 도심 실증사업을 유치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국토교통부 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 대상지에 청라∼아라뱃길∼계양 14㎞ 구간이 선정됐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인천항, 그리고 수도권 배후 수요와 168개의 섬이 있어 UAM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과 실증, 상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적인 조례를 제정하고 도심항공교통 체증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환경과 인프라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추진하는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는 기업들은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기체 비행을 펼칠 수 있다.

UAM법이 제정됨에 따라 지방정부는 시범운용구역을 지정받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UAM 체계 조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는 UAM 산업육성을 위해 지난해 11월 광명시와 하늘길을 여는 데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천공항과 광명시를 연결하는 노선 구축을 협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심항공교통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UAM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UAM 체계를 적용한 글로벌 도시이자 세계초일류도시로 300만 인천시민 행복을 위해 UAM 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항공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항공우주산학융합원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도시화 문제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상공을 활용하는 3차원 친환경 운송수단인 ‘UAM 시대’는 시민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3월 14일 중구 영종도 부지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인사들과 시삽을 하고 있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3월 14일 중구 영종도 부지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인사들과 시삽을 하고 있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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