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외환위기 이후 韓경제 비정상적
“공공부문 고용구조 정상화해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죽음으로 향하는 일터의 하청화와 위험의 외주화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됩니다. 정부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죠.”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남양주 지하철역 공사현장 폭발 사고를 계기로 ‘안전의 외주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목숨조차 차별받는 하청업체·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확산하는 분위기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고용구조를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년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활동한 박 위원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터의 하청화와 위험의 외주화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공공기관이 이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생명·안전에 해당하는 업무와 관련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용역, 파견 등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윤 창출과 비용절감 등을 중시함에 따라 인간의 생명과 안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무시했고, 이것이 구의역 참사나 남양주 붕괴 사고라는 결과로 나타났죠.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한국의 산업이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동안 정반대의 방향으로 산업과 경제, 고용 구조가 변화하면서 극한대에 이르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박 위원에 따르면, 구의역 사고 이전에도 성수역(2013년)·강남역(2015년) 사고가 이미 발생한 바 있다. 그는 “따라서 하청업체의 인원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하루에 서울시민 80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시민의 안전을 살피는 업무는 절대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 아니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부문에서부터 잘못된 고용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121개 역사 하청 노동자의 안전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박 위원은 제안했다. 이번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가칭)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에도 참여 중이다.

박 위원은 특히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공항 노동자의 85%가 비정규직 하청인데, 거대한 ‘비정규직 공항’인 셈이죠. 공항이 폭발 위험 등을 대비해야 하는데 공공보단 효율, 그리고 안전보단 이윤이 강조되고 있어요. 버스 정비 업무에도 비정규직이 많은 상황인데 정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듯 그 선원들도 비정규직이었어요. 이같이 하청 문제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있어요.”

최근 조선업의 위기 역시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배를 만드는 곳에서 70~80% 하청을 쓰면서 관련 기술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는 ‘땜질식 대책’이 아닌 고용구조·산업구조의 대대적인 전환 등 정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안전 업무부터 하청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직영으로 고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싼 값의 노동력을 부려왔던 한국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젠 정부가 하지 않으면 시민이 나서서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이번 구의역 참사를 보더라도 자신의 일처럼 같이 분노하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안전·생명 업무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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