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시대가 변화하면서 남녀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직업적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여성의 전유물이던 주방에 주저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들어가 요리 실력을 뽐내는 이른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뜨고 있고 무엇보다 현재 우리는 여성 대통령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기회를 보장해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의 구현을 목적으로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을 지정·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성별 고정관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꽃을 든 남자’ 엄상용(37, 남) 플로리스트와 ‘베스트 드라이버’ 김연주(41, 여) 기관사를 만나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개척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달 29일 엄상용 플로리스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바이소요플라워스쿨’에서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바이소요플라워스쿨’ 엄상용 플로리스트

남성의 공간 감각 능력 발휘
체력과 힘… 섬세함까지 갖춰
“꽃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

- 남자 플로리스트라서 좋은 점.

플로리스트 작업을 하다 보면 뜻밖에 힘쓸 일이 많다. 행사나 웨딩 때 작품과 기물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있고 이동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자분들은 그런 작업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여자 플로리스트는 그런 일을 해줄 남자 직원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남자는 손이 크다. 한 번에 많은 꽃을 집어 들 수 있어 작업할 때 편하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이는 우아함과 달리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새벽시장에 가서 꽃을 사 오거나 화분을 옮기는 등 체력이 버텨줘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또 공간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보통 남성이 공간 활용 면에서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중에는 남자들이 많은데 대체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작품이 시원하고 큰 공간 장식을 잘하는 편이다.

- 남자 플로리스트라는 이유로 곤란했던 적은.

여성 고객이 숍에 와서 꽃을 주문하다가 갑자기 “사장님 안 계세요?” 라며 여자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꽃다발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남자라 그런가?’라는 묘한 자격지심도 느꼈다. 그냥 남자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것이 좀 서운했었다.

- 남자는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개인차인 것 같다. 여자라도 섬세함이 부족한 사람이 있고 남자인데 굉장히 섬세한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꽃을 좋아하고 그것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면 섬세함을 갖췄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자가 전반적으로 색상에 민감하고 섬세한 꽃 작업을 하는 데 수월할 수 있겠지만 남자 플로리스트는 좀 더 과감한 면이 있다.

- 꽃의 매력은 무엇.

꽃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꽃을 주문하러 오신 분들은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쁜 상태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거나 행복을 전하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오시는 것 보면 함께 행복해진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항상 다른 스타일을 연구하고 매번 똑같은 건 하기 싫다. 새로운 디자인을 도전하고 사용하지 않던 꽃도 써보고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고객이 좋아해 주면 정말 신이 난다.

- 남녀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지금은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열린 시대라고 생각한다.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될 것 같다. 사실 요즘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의 경계도 없는 것 같다. SNS를 통해 감각 있는 분들이 올린 작품을 보면 반응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경계의 벽을 허무는 시대, 대중의 마음을 얻어 낼 수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누가 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 지난달 29일 엄상용 플로리스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바이소요플라워스쿨’에서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