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은 2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지난달 26일 북 도발 대응 한미 연합 해상 무력시위작전 중 순직한 링스 헬기 조종사 고(故) 김경민 소령, 고 박유신 소령, 고 황성철 상사의 영결식을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해군장으로 엄수했다. 해군 의장대 장병들이 순직자들의 영현을 운구해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제공: 해군) ⓒ천지일보(뉴스천지)

한미연합훈련 중 고난도 야간 비행임무 수행하다 순직
“아들이 집에 들어올 것 같아… 희생 잊지 않았으면”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자녀를 잃은 사람으로서 비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내 아들이기 이전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어요. 국가를 위해 한목숨 바쳤기 때문에 숭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6일 동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다 순직한 링스헬기 정조종사 김경민(33) 소령, 부조종사 박유신(33) 소령, 조작사 황성철(29) 상사의 유가족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링스헬기 정조종사 고(故) 김경민 소령의 아버지 김모(63)씨는 생때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심경을 담담하게 말했다.

“항상 형제 간 우애가 좋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부모 걱정을 하면서 생활비 일부를 내어주는 그런 효자였어요. 헬기 조종사로서 위험한 부분도 있었지만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어려운 훈련 속에서도 어렵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속 깊은 아들이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5개의 자격증을 딴 아들. 그리고 선뜻 집안 생활비 일부를 내주며 자신의 꿈을 열심히 이뤄간 아들이 대견하다고 말하는 김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무엇보다 김씨는 내 일처럼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장례식을 도와준 해군 관계자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친형제를 잃은 것처럼 애도하며 수발을 들어준 장병 덕에 조금은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세 사람의 희생에 있어 그 충성심만큼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으면 하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특히 김씨는 순직자의 남겨진 자녀를 걱정했다.

“다른 것보다 원인을 철저히 밝혀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선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정말 그래야 해요. 이번에 순직한 병사 중에 남겨진 자녀들이 있어요. 그 자녀들은 국가와 국민이 책임져줘야 해요. 순직자 유가족이 그 남겨진 가족에게 힘이 되고자 금일봉을 기증했어요. 국가와 국민이 그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부조종사로 링스헬기에 탑승했던 고(故) 박유신 대위의 아버지 박모(59)씨는 참담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비의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이렇게 참담한 일을 겪으니 뭐라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영결식까지 끝났는데도 아들이 집에 들어올 것만 같아요. 이제까지 속 한번 안 썩이고 자란 아들이에요. 특히 엄마한테 한없이 다정했고 애 엄마도 아들 하나 믿고 평생을 헌신했는데….”

▲ 지난달 26일 북 도발 대응 한미 연합 해상 무력시위작전 중 순직한 (왼쪽부터) 고(故) 박유신 소령, 고 김경민 소령, 고 황성철 상사. (제공: 해군) ⓒ천지일보(뉴스천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박씨는 아들 시신을 찾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시신만이라도 찾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어요. 동해에서 바늘 찾기 같았을 텐데 세 사람 모두 (시신을) 찾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또 밤낮 가리지 않고 함께 해준 해군 장병에게도 고마워요. 전우애를 오히려 우리가 배웠고 제주도에서까지 조문하러 와준 아들 동기와 친구들이 참으로 애틋했어요.”

그러나 박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하루빨리 사고 원인을 밝혀 이 같은 희생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고 수습이 조기에 이뤄져서 유가족 입장에선 그 와중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목숨을 잃고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후속 조치보다도 사고를 안 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안전이 우선이에요. 자동차는 가다가 서면 정비를 받으면 되지만 헬기는 가다가 서면 그냥 다 죽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해군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지만 부속 관리·감독 그런 부분을 철저히 해줘서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길 바라요. 어떤 기종보다 관리를 잘 해줬으면 합니다.”

박씨는 남겨진 세 살 된 첫째 손자와 아버지 얼굴도 못 본 태중의 둘째 손자 걱정을 하며 또다시 흐느꼈다.

“손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요. 아버지도 모르고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는 특히 아들의 희생이 쉽게 잊힐까 걱정했다.

“언론에서 잠깐 떠들썩하고 금방 잊힐까 걱정됩니다. 세 사람의 희생을 국민이 기억해줬으면 해요. 전시와 다름없이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어요. 전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나라를 위해 젊은 목숨을 희생했어요. 아들이 그만큼의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에요.”

고(故) 황성철 중사의 형 황모(33)씨는 동생을 잃은 슬픔을 애써 참으며 일상생활로 돌아가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갑자기 동생을 잃어 외롭고 암담합니다. 그래도 군인이지 않습니까. 나라를 지키다가 갔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아직 머리로는 되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황씨는 부모님이 암 수술을 하고 생계가 막막할 때 치료비도 보태고 개인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등 장남 역할을 도맡아 했던 동생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항상 밝고 힘들어도 웃고 다니던 동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황씨는 동생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꼭 남기고 싶다며 슬픔을 애써 참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동생아, 부모님 걱정하지 말아라. 형이 네 몫까지 잘 보살펴드리고 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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