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선 참여 확대되면, 야당 제1후보 바뀔 수 있다”
반기문 총장엔 ‘화려하지만, 먹을 수 없는 꽃사과’ 비유
“성남 최고 살기좋은 도시 만든 경험으로 대한민국 운영”
“야권 후보단일화, 국민의 명령… 저버리면 한강 가야”
[천지일보=임문식, 이민환 기자] 야권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일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경선 구도와 관련해 “국민 다수가 경선에 참여할 기회가 광범위하게 열린다고 하면, 제1후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여의도 정치 기득권 세력 안에서 나오는 소리다. 국민에게 그대로 관철되지 않으리라 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이 시장은 본격적인 광폭행보에 나서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 등 진보진영의 이슈를 주도하면서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편에 반대해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등 선명성 높은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선 야권 유력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대권가도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이래문’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대세론을 만들어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다.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은 유지되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희망 섞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정치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 대세론이라는 말 자체가 당내 기득권 세력의 대세 유지를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시장은 여권의 강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화려하지만, 먹을 수 없는 꽃사과”로 비유하고, 지금의 반기문 대세론이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통일을 쪽박내고, 전쟁 위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친문재인) 지도부 체제’가 구축되면서 조기에 ‘문재인 대세론’이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더민주 대권구도가 특정 후보의 대세론으로 일찍 굳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더민주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지 않으리라 본다. 희망 섞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정치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었다. 전엔 여의도 또는 정치 엘리트 중심의 정치권에서 몇가지 답을 내면 국민은 강제로 선택을 했었다. 정치에 국민이 동원됐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 네트워크 사회라 국민들이 수평적으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친문 지도부를 보고 대세라고 하는 것은 여의도 정치 기득권 세력 안에서 나오는 소리다. 그것이 국민에게 그대로 관철되지 않으리라 본다. 대세라고 하는 것 자체가 대세를 유지하기 위한 언어다. 국민 다수가 경선에 참여할 기회가 광범위하게 열린다고 하면, 제1후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 당내 경선을 할 경우 경선 구도상 승리가 힘들지 않겠나.
경선룰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후보 협의를 통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 선거 규칙은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 특히 야권 지지층의 열망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반영된다면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 문 전 대표는 당내 기득권 세력이지만, 상대적으로 이재명 시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공동전선을 구성하는 방식은 어떤가.
경기를 보는 사람은 경기 규칙을 많이 따지지만, 경기 뛰는 사람은 경기 규칙 따지는 것을 추하게 본다. 대세론이 쭉 가지 않으리라 본다. 현 상태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현 상태로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권 내의 이합집산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강요하는 현재의 기득권 체제를 깰 수 있느냐. 정치권력 교체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국민적 에너지를 동원하지 않고 우연히 기득권을 교체한다고 해서 개혁이 되는가. 안 된다. 진짜 변화는 국민적 에너지 분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높은 대선 지지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반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반기문 총장에게 배신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지위가 높고 스펙이 화려하고 권한을 가지고도, 한 것이 없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화려하지만, 먹을 수 없는 꽃사과 같은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야생의 산밤이다. 믿음의 근거는 그가 살아온 삶이다. 난 부여받은 권한은 작지만, 성과를 만들었다. 빚 갚았다. 예산 아껴서 성남을 최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다. 성남과 똑같이 대한민국을 운영할 수 있다. 시대가 변했고, 변해야 되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구도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 100% 확신한다.
- 내년 대선 경선에서 더민주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원내 제1야당 후보로서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국민들 입장에선 현재의 정치권력이 비정상인 정치판을 바꾸라는 열망이 압도적이다. 국민과 괴리된 기득권은 자기들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적 열망을 수용하지 못하고, 서로 배신하고 배반한다. 정치의 본 모습이 아니다. 야권은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 야권 통합이 안 되더라도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 국민의 지상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개인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국가권력 정상화의 시대적 과제를 저버리면 한강에 가야 한다. 야권 후보는 단일화되리라 본다. 문제는 사적 이익 때문에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는 사람과 세력이다. 그러나 당랑거철이라 본다.
- 공식 출마 선언은 언제 하는가.
올해 안에 할 것이다. 저는 마이너 중 마이너다. 여론조사에 저는 안 넣어준다. 오늘만이 아니다. 갤럽조사에서 매일 8등 하다가 이번에 6등 했다. 정치 기득권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 우연으로 치부하고 싶어 한다. 돌발적인 우발 사태로 취급하고 애써 무시한다. 하지만 현실이다. 이번 달부터 가시적으로 올라온다. 결국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 최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론’이 강력히 부상하면서 여권의 김무성, 반기문, 야권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등 정치인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이재명 시장을 비롯해 당내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여권의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의원 등 비교적 개혁적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30살 차이 나는 제 아들만 해도 대화가 잘 안 된다. 이 급변하는 세계에 과거의 사람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나. 반 총장이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국민을 계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70년대 사고방식이다.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본다. 이런 과거 퇴행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변화하는 세상을 리드하지 못한다. 끌려가기 바쁘다.
- 박근혜 정부가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외교,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통일 쪽박냈다. 전쟁 위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최악의 대통령이다. 페이스북에도 많이 썼지만, 정말 우려되는 것은 정략적 목적으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형식은 도발을 도발할 가능성이다. 지금 징후가 나타나는 것 같다. 남북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많다. 주변 강국들은 당연히 그렇고, 북한 기득권자들과 남한의 극우 세력들은 바라지 않는다. 긴장과 대립이 권력 유지의 가장 큰 기반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말한다. 문제는 극우세력들이 남북대결 긴장고조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가져갔는데, 이제는 안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