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사회연대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19대 대통령선거 빈민장애인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빈곤사회연대, 대선공약 지적
“노숙인복지, 임의 아닌 의무”
복지 책임 주체는 중앙정부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곳은 한 해 300명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어가지만 2000채가 넘는 집을 소유한 사람이 사는 나라입니다. 노숙인과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사유화된 병원에서 인권침해를 당해도 묵인하는 사회를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장미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26일 빈곤사회연대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9대 대통령선거 빈민장애인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유력 대선 후보들이 빈민과 장애인을 위한 공약을 내고 있지만 예산 계획에 대한 설명이 없는 등 구체적이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는 “빈곤과 불평등의 사회에서 (변화해) 이제는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예산 계획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대선 후보들은) 정확한 이행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 개정도 요청했다. 지난 2011년에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은 부랑인, 노숙인 등으로 불리던 홈리스(homeless, 정해진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를 포괄해 지원하기 위한 최초의 법률이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이 법은 정책 대상을 ‘노숙인 등’으로 표현하고 있어 지원 대상에 대한 축소가 우려된다. 정확한 명칭인 ‘홈리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이 법이 정한 주거·급식·의료·고용 지원 등 복지서비스는 임의조항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홈리스에 대한 복지지원 의무를 면탈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곤사회연대는 홈리스에 대한 복지지원을 ‘임의’가 아니라 ‘강행’으로 규정하고 타 법에서 보장하는 것과 같이 이의신청이나 권리구제 조치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행 법률은 부랑인 복지, 노숙인 복지로 이원화되던 정책 대상을 ‘노숙인 등’으로 통합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책과 예산 집행은 책임을 분할해 홈리스 복지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숙인재활·요양시설·의료급여는 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고 그 외 노숙인 등 복지사업은 지방에 이양된 상태”라며 “홈리스 복지 책임 주체로 중앙정부의 역할을 명료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19대 대통령선거 빈민장애인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빈곤사회연대는 탈 노숙을 위한 정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자체로 하여금 노숙인을 대상으로 고용정보의 제공이나 직업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해 취업을 통한 탈 노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는 “그나마 규모가 양호한 서울시를 예를 들더라도 공공일자리가 1년 이하 단기에 최저임금 급여를 맞추고 있어 일을 통한 탈 노숙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특별자활근로 최저시급 1일 5시간에 연 최대 6개월 근무를 조건으로 해도 급여는 58만 2300원(월차 포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업의 경우 ‘주거지 진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월세 약 25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생활비 외 탈 노숙을 위한 여력은 전혀 남지 않는 초저임금 일자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 노숙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노숙 예방 기능을 하는 쪽방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쪽방촌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소멸일로에 있다. 쪽방 밀집 지역이 도시 환경정비 사업이나 재정비 촉진사업 등 개발지구에 포함돼 있어 철거 위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쪽방에 대한 대책도 상담소를 설치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화제 예방 등 안전대책을 시행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는 상태다.

홈리스들이 안전사각지대에 있어 범죄로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빈곤사회연대는 홈리스들의 명의를 이용한 사기 범죄, 진료비를 챙기려 홈리스를 유인해 입원시키는 불법 요양병원, 염전 등지로의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대선 토론에 나온 후보들은 홈리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며 “한 해 300명이 넘는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는다. 노숙인을 포함한 홈리스들의 의료, 안전, 노동 등에 대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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