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일부터 신고리5·6건설이 중단된 가운데 5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곳곳에는 ‘신고리5·6호기 건설지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고리5·6건설은 지역주민 생계보장 대책이다”

[천지일보 울주=김가현 기자] “타지에서 일하다가 원자력 5~6년 정도 내다보고 빚내서 식당도 차리고 중장비도 구입해 업종 바꿔 고향 왔더니 졸지에 빚더미에 앉게 생겼습니다. 업체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식자재가 쌓여 있고 원룸은 사람이 없어요. 건축자재 등은 해풍 때문에 오래 보관도(4~5개월) 안 되고 토목·건축자재 2~3억에 준비비용까지 7억 정도 손실이 있습니다. 원자력 공사가 멈춘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죠.”

지난 1일부터 신고리5·6호기 건설이 3개월간 일시중단 된 가운데 신리마을보상이주비상대책위원회 간사이자 신고리종합상사 대표인 김하섭(56)씨는 마을 주민의 사연과 본인사정을 하나 둘 풀어놨다.

김하섭 간사에 따르면 원래대로 신고리5·6호기 건설관련 공사가 진행됐다면 5일 울주군으로부터 ‘보상계획 통보’가 나오고 7월 말이 보상받는 날이다. 기존 보상받은 2가구를 제외한 전체 가구가 보상받는 날을 앞두고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시공사가 지역주민 우선채용에 협조해야 함에도 5·6호기 시공사 중 하나인 삼성물산은 관계업체들을 불러와서 압력행사 갑질을 하고 지역업체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공사로 인한 ‘주택균열 원인규명과 보수’를 요구하는 플랜카드에 대해서 묻자, 김하섭 간사는 자료를 통해 2008년 1월~10월까지 고리3·4호기 건설 당시부터 발파작업이 1795회(취수터널굴착공사 215회, 배수터널굴착공사 209회, 부지정지 및 본관기초굴착 1291회)가 수행됐다면서 “당시 마을 주민은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였다”고 했다.

1700여회가 넘는 발파가 이뤄진데 대해서는 “신암마을의 암이 바위암(巖)자를 쓴다. 고리3·4호기 때 발파 현장을 내려가 봤는데, 지하 5m를 내려가니 큰 바위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바위를 발파해서 10m를 더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고리5,6호기 건설로 발파작업이 다시금 진행돼야 하다 보니 신리마을이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앞서 신고리5,6호기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신리마을 전체 250가구에 대해 주택균열 원인조사를 끝냈고 김하섭 간사는 “최소 비가 안 세도록 해 달라”고 한수원에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 지난 1일부터 신고리5·6건설이 중단된 가운데 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곳곳에는 ‘신고리5·6호기 건설지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오는 10일 ‘서생면 사업자협의회’는 건축자재, 식당, 주유소와 연대해 신고리 건설중단에 따른 피해보상을 한수원에 요구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리마을은 고리1·2호기 건설 당시 7세대가, 3·4호기 때는 50여 세대가 이주했고 현재 5·6호기에는 320세대 중 50세대가 이주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신리마을 주민들은 450년을 이어온 마을이 계속 갈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전세대가 같이 이주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주지역을 검토하고 있었다.

신리마을 주민들은 환경단체가 탈원전을 주장하지만 40년 원전과 함께 살아온 실직적인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생계유지와 보금자리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대안을 잘 세워주기만 기다린다고 했다.

신고리5·6호기 공사가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일시중단 된 가운데 협력업체들의 생계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두 달 전 인천에서 포크레인을 가지고 신고리5·6호기 건설현장에 온 김광재(56)씨는 “어떤 대안도 없이 갑자기 일을 중단시키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면서 “우리가 공무원도 아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한수원과 협력업체들이 임금 대책을 조율한다는데, 공사를 못 한 만큼 보상은 해 줘야 먹고 살지 않겠냐. 인천에도 일거리가 없는데 살 길이 막막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중기협의회 한상준 사무국장(46)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들은 한수원과 시공사 협력업체로부터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공사 전면 중단이라는 구두적인 통보만 받았고 차후 3개월 동안 일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사무국장은 “마음의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국책 사업을 무 자르듯이 잘라버렸다”며 “최소한 3년치 계획이 날아갔고 당장 기사급여, 장비 차량 할부금 등 지출비용에 직원들을 퇴사시킬 수밖에 없다. 기업은 현금이 안돌면 망하는 것뿐인데 한숨만 나온다”며 토로했다. 이어 “사실 중국에서 원전 하나만 터져도 우리나라는 안전할 수 없다. 노후 원전 정지는 이해되지만 고리5·6호기는 더 안전하게 지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국장은 협력업체들은 공사 중단에 상관없이 26일치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한수원은 20일치를 내세우며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신고리5·6호기 건설이 3개월간 일시중단 된 가운데 원전찬반 논란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항리에서 바라본 신고리5·6호기 공사현장에 장비들이 멈춰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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