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나라 바깥이 여전히 시끄럽다. 2014년 하나의 독립된 ‘국가’를 선포했던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물리적 영토의 95%를 잃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세력이 건재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IS 추종자들이 올해 성탄절에 바티칸 교황청을 공격할 것을 선동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또 아프리카 남부지역의 조그만 나라 짐바브웨에서는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현직 대통령이 억류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이번 주 초에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발표하기로 해 북한이 반발하는 등 국제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나라 안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국내사정을 들춰보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니 조용한 날이 없다. 경기가 부진해 서민들 살기가 힘겹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높아졌다는 보도에도 이젠 놀랄 일이 아니다. 거기에 정권이 새로 출범됐으면 정부·여당은 산뜻한 국정운영으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건만 적폐니, 신(新)적폐니 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명운을 건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권의 치열한 다툼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이전정부에서 잘못된 일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하나 나오고 있어 분개하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이 터지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국정원장의 일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권한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던 전 정부의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국민의 혈세로 계정된 국정원 예산을 마치 개인 쌈짓돈으로 생각해 잘못 사용하는가 하면, 또 그 돈으로 정치권에 뒷돈을 대주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못난 권력자들이다.

또 유사한 한통속이 있었으니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올해 새로 출범한 정권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청와대 선임수석으로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할 처지에 내몰리자 전격 사퇴를 했다. 전(前) 정무수석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비리 의혹으로 20일 검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 자신은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말을 믿고 싶지만 과거 국회의원 시절 그의 비서관들이 관련돼 구속된 마당에 국민이 변명 같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리 있겠는가.

그런 사정들이니 세간에서는 “이게 나라냐”는 항변이나 푸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현실이 됐다. 적어도 국민이 보기에는 직전 정권의 실정(失政)으로 나라 근간이 무너졌고, 그 위에 새로 들어선 현 정부이니만큼 기대하는 바가 컸다. 최고지도자의 무능이 가져다준 국가적 폐해와 국민적 실망이 얼마나 컸던가는 많은 국민이 익히 알고 있는 터다. 그래서 실타래처럼 엉켜진 잘못된 과거 문제에 대해 여야가 잘 협력해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이념 대치를 완화시켜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정책에 우선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일에 매진하기를 바랐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이전정부에서 발생했던 권력형 부정과 그동안 쌓인 적폐를 말끔히 청산하는 과업이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을 위한 우선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사정의 칼끝이 과거정부로 향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지금은 정치 보복에 나설 때가 아니라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는데, MB 측은 보수 궤멸 프로젝트를 우려하고 있다.

행하는 측과 당하는 자의 입장은 다르다보니 당연히 해야 할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과거 정부에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적폐(積弊)가 있다면 찾아내 청산해야 함은 지극히 마땅한데 먼저 국민이 이해해 동의해야 하며, 특히 여소야대인 정치현실에서는 야당의 반발이 없어야 과업을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야당에서는 정부·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 자체가 신적폐라며 물 타기를 하는 입장이 아닌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했던가. 여러 상황들이 얽혀져 뒤숭숭한 마당에 지난 16일에는 포항에서 진도 5.4도의 강진이 발생해 많은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됐다. 피해 주민들은 50회가 넘게 계속되는 여진 공포에 불안해하고,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지역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돼 수능시험이 연기돼 포항지역 고3 수험생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전국 수험생들의 고충이 많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지진마저 겹치니 국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나라 안팎에서 한반도 정세와 정치 상황, 경제 불황 등 여러 가지 난국을 겪고 있다. 또 진보의 횃불과 보수의 깃발이 대척되는 가운데 자연재해가 닥쳐 사회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됐을까. 결국은 권력이 국격을 높이고 국민이 잘 살고 편안해지기 위해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것이라면 그 면면들은 국민 상식선의 정의와는 상통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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