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김순영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김순영 소장 인터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최근 10代 남학생 16명이 지적장애인 여학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 해 사회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장애인 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를 둘러싸고 그동안 하지 못하고 참아왔던 이야기들이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23일 이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용에 분개한 장애인 시민단체들이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분개해야 했을까.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김순영 소장을 찾아가서 장애인 여성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 남자 아이들이 무조건 다 총대를 매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러한 가벼운 처벌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뭐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할까 무서운 것이지요.”

학생들이 이 사건의 결과를 보고 무조건 따라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장애인 성폭력의 사례를 접하다보니 김 소장은 이 같은 우려가 생긴 것이다.

비단 학생들만 장애인 여성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사실 어른들도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더 끔찍한 범죄도 있었다. 작년 하반기 충남 공주에서는 마을의 어른들이 공동으로 마을에 살고 있던 장애인 여학생을 몇 년에 걸쳐 성폭행했다. 이 중에는 부자지간도 끼어있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김 소장은 “장애인 여성 성폭력은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이게 재판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너무나 드물어요”라며 호소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하는 장애인 여성 중 70% 이상은 지적장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장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사조차도 불가능 하다는 주장이다.

“이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지적인 장애를 갖고 있어서 ‘이쁘다’ ‘니가 좋다’라는 말로 유인하면 처음 봤어도 오래 알고 있던 것처럼 생각을 하게 돼죠. 심지어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도 당한 줄도 모르는 여성도 있어요.”

당한 줄을 모른다고 해서 성폭행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수사과정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여성에게 직접적으로 ‘강제로 당했다’는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겨우 성폭행 정황을 포착해서 재판까지 올라가도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당하기가 일쑤”라며 재판 하나의 사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이 재판 결과가 학교에 몰고 올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장애인 여성 성폭행도 큰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김순영 소장은 성폭행을 당한 후 이 여성들이 치료를 받고 거주할 마땅한 곳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여성성폭력피해자 센터는 전국 3곳 밖에 없으며, 16개 시·도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현재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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