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세계)을 통해 발표된 주요국 인식도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7개국 중 끝에서 6번째로, 각국으로부터 좋지 않은 인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민족으로서 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로서 심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사결과가 이처럼 나오게 된 원인은 과연 뭘까.

이 나라의 최고 책임자는 물론 정치․종교지도자들의 개념 없는 의식과 가치관이 바로 가장 근본 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들만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렇게 만든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우리의 무지로 인해 나타난 결과임을 시인해야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진실 되고 사적이 아닌 공적에 서고 정의의 편에서 판단하지 못하는 우리의 그릇된 의식과 가치관으로 야기된 문화가 그 주범이다.

그 그릇된 의식과 가치관이란 뭔가. 우리의 바른 생각을 좀먹는 편견과 편파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리사욕이다. 그 결과는 화합이 아닌 분열이며 상생이 아닌 파멸의 길에 서게 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치고 세워가야 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정치․종교지도자들이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오히려 지탄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이 종교와 정치현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중세의 종교 즉, 독선과 권력으로 치부하던 그들의 말로(末路)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또 우리의 지난 역사 속에서 양반과 상놈, 노론 소론과 남인 서인 동인 등 편견과 분열의 상징인 당파가 가져 온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나라 잃은 백성들의 피눈물뿐이었음을 잊었단 말인가.

며칠 전에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대통령의 무릎 꿇은 기도가 장안은 물론 온 나라를 소요케 한 사실을 기억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나아가 종교지도자(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의 오만과 무례와 무지와 독선이 나은 해프닝이다.

이 일의 결과가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지는 당사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문제다. 종교의식의 문제라기보다 공인으로서 나타날 반응 즉,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 즉, 순수한 신앙적 양심을 악용해 분열된 한기총 내에서 자신의 종교권력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야비한 속셈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자신의 비(非)종교적 의식으로 인해 국민들은 또다시 생각과 가치관의 혼란과 분열을 가져오는 종교적 당파에 휘말리고 말았다. 결국 한기총 해체운동에 당위성만 심어 줬으니 길자연 회장의 이번 처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이 나라는 분명 ‘정교(政敎)분리’가 원칙임을 국법으로 엄히 정하고 있다.

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원칙이 깨지는 순간 그 나라는 말로(末路)를 걷게 됐음도 인류 역사가 교훈하고 있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또 있다.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대통령도 다 각자의 종교가 있었고 독실한 신앙인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현 정권에 와서 유독 이 종교문제가 이처럼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과거 노무현 정권에 반기를 들고 싸워 왔던 대표적 세력이 바로 한기총을 필두로 한 보수기독교 특히 대형교회 지도자들이다. 이들의 생각은 현 대통령을 자신들이 당선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서운 것은 그 결과로 이 나라 또한 자신들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에 대한 하야 발언과 전례 없이 무릎기도로 난처하게 만든 사건이 그 증거가 된다.

종교 세력이 정치와 정책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종교뿐 아니라 정치적 한계가 이미 도래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 정치지도자들은 정치생명의 위협을 느껴 국익과 공익과 대의를 알면서도 종교권력과 야합하는 아찔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어찌 종교이며 정치라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와 종교는 실종하고 무법천지가 되어 버린 이 현실을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역사가 말하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땐 그 누구도 아닌 백성들이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음을 말이다. 이는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기에 가능했음을 지혜로운 국민들은 깨달으리라 믿는다.

나라를 고쳐 세울 수 있는 힘은 오직 백성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하며, 나아가 온 인류까지도 우리를 지켜보고 바라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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