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고려청자 상감 모란문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고려청자 상감 모란문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도자기의 모란꽃은 모란꽃이 아니고
만물생성의 근원인 영화를 상징하며
도자기가 만병이고 보주임을 보여줘

제28회 글은 도자기에 표현된 모란꽃이 모란꽃이 아님을 증명하는 글이다. 아마도 세계 최초로 주장하며 그러함을 증명하는 최초의 글이다. 우리나라 용면와(龍面瓦)가 귀면와(鬼面瓦)가 아니듯이 ‘모란 모양 영화(靈花)’는 모란꽃이 아니다.

고려청자에는 그런 영화된 꽃의 문양은 그리 많지 않다. 꽃잎들이 많으면서 붕긋붕긋한 꽃이면 애매한 모양의 꽃이라도 무조건 모란꽃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자연의 모란꽃과는 매우 다르다. 4월은 모란의 계절이다. 그 풍성한 꽃잎을 매일 바라보며 그 변화상에 놀라면서 행복해하고 있으나, 동네 사람들은 시선 한번 주지 않는다. 본다고 해도 힐끗 볼뿐이다.

필자는 사람들도 관찰하고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에 맞추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파트 문을 나서자마자 그대로 아끼는 자가용으로 직진하여 간다. 운전하면서는 생각을 깊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한가하게 꽃을 열심히 볼 여유가 없으며 의무감은 더더욱 없다. 4월 한 달 동안은 모란꽃이 황홀하게 피어 가는데 실은 한 해 내내 관찰해야 한다.
 

자연의 모란(도 1-1). 수술들과 씨방 초기 상태(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자연의 모란(도 1-1). 수술들과 씨방 초기 상태(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그러면 우선 자연의 모란꽃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기로 하자(도 1-1). 이 글에서는 활짝 핀 상태 한 장면만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 봄에 피는 모란꽃과 조형예술품에 표현된 모란꽃은 전혀 다르다. 자연의 모란꽃은 중심의 씨방을 보호는 장치가 여러 겹이다. 그 가운데 겹겹이 넓은 꽃잎들이 씨방을 보호하고 있다가 처연하게 떨어진다. 그러면 시인들은 덧없는 세월이라고 탄식한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강력한 보호막을 걷어차며 독립하여 따가운 햇빛과 눈보라를 이겨내며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씨방을 보면서 그것이 자구 상에 생명이 지속하게끔 하는 보주임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도 1-2). 

그러면 고려청자 가운데 모란꽃문양을 상감으로 표현한 것을 자연의 모란꽃과 비교해 가면서 살펴보자(2-1). ‘고려청자 모란문 호’가 정식 명칭이다. 높이 20.1센티미터에 입지름은 20,7센티, 몸체 폭이 34,5센티인 국보 제98호인 이 작품은 고려청자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다.

항아리들 가운데 이렇게 높이보다 폭이 넓은 예는 흔하지 않다. 그 항아리에 큰 꽃이 상감기법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상감기법으로 표현해서 문양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 흔히 고려 초의 고려청자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양을 음각이나 양각으로 나타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고심 끝에 청자의 주체인 문양을 뚜렷하게 보이고자 고려 장인들은 금속기의 상감기법을 차용한 것이라 생각한 학자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보일 듯 말 듯한 문양을 상감기법으로 나타내니 얼마나 뚜렷하게 보이는가. 청자에서 문양이 주체라는 것을 장인들은 알고 있었기에 상감기법을 채용했다고 생각한다. 항아리 표면에 나타냈지만 실은 항아리라는 만병에서 솟구쳐 나오는 영화다. ‘세계 도자사’에서 최초로 새로운 시각으로 상감기법의 의도를 밝힌 학자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필자는 ‘세계 도자사 연구자’다. 기회 있으면 학회에서 발표하려 한다.
 

청자 항아리의 문양을 채색분석한 것(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청자 항아리의 문양을 채색분석한 것(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비록 흑백상감으로 명료하게 나타내고 있으나 역시 채색분석 해보아야 분명히 알아볼 수 있다(도 2-2). 꽃잎들은 가능하면 모란꽃과 비슷하게 보이게 하려고 빨갛게 칠했고 중심에 보이지 않는 씨방을 보호는 듯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은 씨방 자리여서 실제 모란꽃의 수술이 노란 까닭에 역시 노랗게 칠했다. 그리고 잎은 줄기에서도 생기지만 꽃 둘레에서도 보인다. 실제에서도 모란꽃 주변에 잎들이 많지만 고려청자인 경우엔 꽃에서 발산하는, 즉 씨방, 더 나아가 씨방 안의 씨앗들을 영화시킨 보주에서 강력하게 발산하는 ‘잎 모양 영기문’이다. 그리고 잎들도 실제처럼 모두 연두색으로 칠했다. 이렇게 실제 모란꽃처럼 채색해도 청자의 꽃과 판이하게 다르지 않은가.

세계의 문양을 세계 최초로 심도 있게 연구하며 인류가 창조한 조형예술품들 일체를 모두 해독해 나가는 필자는, 이 꽃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란꽃이 아니라 장인들이 창조한 만물생성의 근원인 영화(靈花)임을 밝혀나가고 있다. 다시 소리 높이어 말하거니와 인류의 조형예술품들에는 현실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것은 일체 없다. 비록 똑같이 보여도 전체적으로 보면 어딘가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바가 있다.

여러분이 직접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그 조형적 특징은 영화시키는 방법인데 여러분들이 직접 그려보면서 찾아보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로 비슷해도 전혀 다르다. 즉 차원이 다르다. 도자기에 표현된 일체의 문양은 도자기가 만병이고 보주이게끔 하는 위대한 조형이다. 지난 1년 동안 그것을 증명해오지 않았는가. 반드시 기억해 내시기 바란다. 글을 쓸 때마다 반복하여 설명할 수는 없다.
 

청자기와 한 세트, 1151년 작(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청자기와 한 세트, 1151년 작(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고려청자에서 실제에 가까운 모란 모양은 그릇이 아니라 청저로 만든 기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려사』에 고려 의종 11(1151)년에 양이정(養怡亭)을 짓고 지붕에 청기와를 얹었다는 기록이 있다. 문자기록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더러 있으나, 조형예술품의 상징에 관한 한은 100% 의지해서는 안 된다. 모든 혼란은 문자기록에 의지해왔기에 일어난 큰 재앙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고려 청자기와 한 세트를 볼 수 있다(도 3-1). 

암수막새와 암막새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중앙에 수막새와 양쪽에 암막새를 배치했다. 필자는 기와 역시 전공으로 삼아 기와 연구를 개척하여오고 있다. 10여년 전에 기와 연구로 특화된 일본 데쯔카야마대학(帝塚山大學)에 전화하여 자비로 가서 기와 전반에 대한 것을 강연하기를 자청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내용이라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이 고치면 한국도 따라서 변하리라는 염원을 가지고 강연했으나 필자의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고려 청자기와의 문양을 분석해 보자. 학계에서는 수막새의 돋을새김 청자의 문양을 모란꽃이라 부른다. 그리고 암막새 기와의 문양은 당초문이라 부른다. 모란꽃이라든가 당초문 혹은 덩굴문은 학계에서 추방해야 할 용어들이다. 우리의 올바른 연구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그러니 문양이 어떻게 전개하여 가는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므로 보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채색분석한 것. 영화 양쪽으로 영기문이 발산한다(도 3-2). 단순화시킨 조형. 간략화 하면 보주의 양쪽으로 연이은 제1영기싹이 발산하는 모양(도 3-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채색분석한 것. 영화 양쪽으로 영기문이 발산한다(도 3-2). 단순화시킨 조형. 간략화 하면 보주의 양쪽으로 연이은 제1영기싹이 발산하는 모양(도 3-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우선 암막새 문양은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을 중심으로 필자의 영기문의 전개 원리에 따르는 ‘연이은 제1영기싹’을 녹색으로 칠하고 그 외의 작은 부분들은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서 다양한 모양의 영기싹임이 잘 보이도록 했다. 즉 중앙의 수막새의 ‘모란꽃 모양 영화(靈花)’에서 양쪽으로 발산하는 강력한 영기문이다(도 3-2). 만일 그렇다면 수막새의 문양은 용의 얼굴이나 연꽃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모란꽃 모양 영화(靈花)가 있으므로 스스로 증명되지 않는가. 용의 얼굴이나 연꽃처럼 바로 만물생성의 근원인 영화(靈花)다.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의 수막새 문양은 대개 연꽃이나 용의 얼굴에서도 모두 보주들이 발산하여 나오므로 용과 연꽃은 같은 상징임을 가리키는 것임을 이미 필자의 저서들에서 밝힌 바다, 만일 수막새의 문양이 그리도 중요하다면 자연의 모란을 새길 리 만무하다. 불화에서는 갖가지 영화가 주존 주변에 배치되어 주존을 화생시키는 형국이다. 참으로 장엄한 장면이다. 불화에 보이는 모란도 모란이 아니다. 현실에서 본 적이 없으므로 보이지 않으며, 현실에서 본 비슷한 꽃을 가져다가 설명하므로 모든 용어와 설명이 올바를 수 없으며 오류만 드높이 쌓일 뿐이다.


영화로부터 양쪽으로 영기문이 발산한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통일신라시대의 추녀마루기와에서 보다시피 용의 입에서 양쪽으로 뻗어나가는 연이은 제1영기싹이나 제2영기싹이나 제3영기싹영기문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靈花)는 용과 연꽃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 기와의 전개 원리(도 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통일신라 기와의 전개 원리(도 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5.2

통일신라시대의 암막새와 수막새의 상관관계와 같음을 알면 고려청자 기와를 더욱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도 4). 필자가 정립한 <영기화생론>에 의하면, 필자가 그 개념을 정리한 것처럼 영수(靈獸)와 영조(靈鳥)와 영화(靈花)들은 모두 무량보주를 상징한다. 그래서 모란꽃 모양 영화(靈花)에서 발산하는 형상을 간략화하면 보주에서 양쪽으로 발산하는 연이은 제1영기싹으로 귀결한다(도 3-3). 영화(靈花)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한자를 계속 쓰는 까닭은 낯선 새로운 용어이기에 익숙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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