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돛대도 꺾이고 용총줄도 끊어지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의 갈 길은 천리만리 남았는데 사면이 검어 어둑하고 천지 적막 사나운 파도치는데 해적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라는 글이 있다. 사설시조 가운데 중간이 긴 중장의 대표적인 글로 고문 교과서에 나온다. 내용처럼 도사공이 바다 한가운데 곡식을 도적맞고 생명마저 장담할 수 없는 위기를 묘사하고 있다.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닥친 도사공이 과연 지혜를 발휘해 온전히 생명을 유지하면서 배에 실은 일천
시민단체와 일부 종교단체,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며칠 전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와 도산 안창호 선생”이라면서 “왜 저보고 ‘친일이다’ ‘반민족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지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자 스스로 인사청문회장에 서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여권에 의해 알려지고 있는 바, 아마도 버티기의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그러한 행동들은 총리 지명 초기, 서울의 한 교회에서 강연한 내용이 빌미가 돼 편협
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세월호 사고로 책임을 통감한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새로운 총리 내정자를 연일 거론하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정홍원 국무총리 뒤를 이을 첫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후보는 지명 8일 만에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언론의 폭로성 보도에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대법관까지 공직생활을 하였기에 어떤 입장과 위치에서 보더라도 청렴결백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전관예우로 인한 지나친 수임료가 문제가 되어 결국 돈 앞에서 무너져 자진사퇴를 하고 말았다. 이어 새로운 인물로 지금의 문창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태까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지냈던 아이에게 어느 날 동생이 생긴다면? 한마디로 엄청난 충격이다. 새로운 존재, 즉 동생의 출현에 대한 놀람, 경계, 불안 반응과 함께 부모의 사랑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 시기, 질투, 미움, 분노 등의 반응이 함께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와 같은 충격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적절하다. 왜냐하면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모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것과 비
[독도시] 만나고 싶은 나의 독도 - 이동재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초코파이 Kids! 이게 뭔 말이냐고요? 북한의 김정은이 ‘김정은 Kids’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데 웬 ‘초코파이 키즈’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한마디로 남쪽의 초코파이를 먹고 자란 세대가 바로 ‘초코파이 Kids’다. 현재 북한군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세대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Kids’들이다. 당과 수령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먹여주고 입혀주어 키운 세대들이 북한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북한에서 초코파이 효과는 대단하다. 이른바 ‘나비 효과’ 그 이상이다. 중국 대륙에서 나비가 날
VOL.14
VOL.66 김진호 화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담화 검증 결과가 20일 공개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의 작성 경위 등에 대한 검증 결과를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서 보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고서엔 “고노담화 발표 전 일본 정부가 한국 측 인사와 만나 담화에 관한 의견을 듣는 등 의사소통을 했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석의 방향이다. 당시 접촉했던 양측 인사가 담화 내용에 대해 사전조율을 했다는 식으로 해석할 경우다. 이는 한국정부가 담화 발표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미로 비친다. 고노담화의 기본 정신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상식 밖의 인사로 인한 비판여론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국가개조’를 천명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마저 이런 식이라면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길래 아직도 이런 수준인지 국민의 불신이 높다. 그것도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가 상습적이고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의 근본부터 문제가 크다는 뜻이다.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국정
VOL.129
햇빛 냄새정진규(1939~ )시골집 뒷마당에서 빨래를 거둬 안고 들어오며 서울 며느리, 아까워라 햇빛 냄새! 빨래줄 허공에 혼자 남아 있겠네 빨래 아름에 얼굴 깊게 묻었다향기로운 탄내, 햇살 냄새! [시평]봄 햇살은 참으로 밝고 따뜻하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게 되면, 그 봄 햇살 늘 우리 곁에 있으므로 우리는 실은 그 봄 햇살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봄 햇살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것이 일반이다. 시골집을 찾은 며느리가 뒷마당에서 봄 햇살에, 말 그대로 뽀송뽀송 마른 빨래를 거둬 안고 들어오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빨래줄
최상현 주필 브라질에서 열리는 화려한 월드컵 제전도 국민의 우울한 마음을 일소해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겪는 집단우울증이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 없이 그 우울증은 지난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사고에 대한 초동 대처가 일사분란하고 민완했더라면 아까운 생명들이 저렇게 많이 비명에 가지는 않아도 될 사고였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까닭이다.사고 수습에 국력이 총동원됐지만 수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가족이 죽어서라도 바다에서 건져
박상병 정치평론가 자진사퇴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는 문창극 후보자에 가려 언론에는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자신의 연구 성과로 꾸며 학술지에 제1 또는 제2 저자로 올리는가 하면, 연구비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라 8건이나 제자 논문을 가로채기했다면 이는 상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없는 제자 논문을 가로챈 것은 표절 중에서도 죄질이 극히 나쁜 경우라 하겠다.지식절도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도둑질이라는 것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의리가 대세다. 배우 김보성이 ‘으리’라고 외치면서 의리 바람이 불고 있다. 김보성은 20년 간 줄기차게 의리를 외쳐 오다 마침내 대박을 터트렸다. 그가 처음 의리를 외쳤을 때 사람들은 참 싱거운 사람이구나, 하고 웃어 넘겼다. 이번에도 역시 우스운 모습으로 등장한 광고 때문에 그의 의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사람의 의리가 웃고 넘겨버릴 거짓 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13대 1로 싸우다 실명을 하고, 공원에서 데이트족 남녀를 괴롭히는 불량배 셋과 맞붙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진순신(陳舜臣)의 아편전쟁은 서구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식인들의 몸부림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감동과 비분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아편전쟁이 벌어지기 1년 전인 AD 1839년 4월, 48세의 공자진(龔自珍)이 남의 눈을 피해 북경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난히 민감했던 그는 반백의 나이에도 ‘인생길 이미 마흔이 넘었지만, 정에 흐느끼는 마음 아직도 떨치지 못했네’라는 시를 지었다. 진순신은 그가 남몰래 북경을 떠난 이유가 황족의 애첩인 고태청(顧太淸)과의 밀애 때문이라고 했
박종윤 소설가 학자들이 모여 서서 동방삭을 빈정대는 자리에 마침 그가 지나갔다. 학자들은 삭에게 말했다. 옛날에 언변으로 출세한 장의와 소진의 예를 들며 아직도 한직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동방삭이 대답했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의 이치도 변하는 법이며 어지러운 시대에는 지략이나 언변을 가진 자들이 출세를 했으나 평화롭고 화목한 시대에는 그런 사람들은 의식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학문에 정진하고 밤낮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선비들 중에는 조금도 신념을 굽히
이른 아침 경찰서에 출근해 계단을 오르며 한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바로 ‘청렴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라는 글귀였다. 필자는 이 글귀를 보며 경찰로서의 마음가짐을 매일 가다듬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렴(淸廉)은 사전적 의미로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깨끗한 공직자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선생의 청심(淸心) 사상처럼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는 봉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말 한필로 시원스럽게 떠나라’는 말을
VOL.65 김진호 화백
잠자는 이 시대를 깨우고 싶다. 혹자는 시론을 읽으며 왜 종교와 평화에 관해 그렇게 강조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왜 그러겠는가. 누구나 종교를 말하고 평화를 부르짖지만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천 년 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를 제자들은 알아봤지만,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가라사대 너도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눅 19:41~42)”라고 기록됐듯이,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유대인들은 알지를 못했다. 그처럼 이 시대도 종교도 평화도 평화의 사자도 도무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