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주 안에서 무한한 보주 생겨나
만물생성의 근원인 4가지 형태소
그중 보주가 분청자에 잘 표현돼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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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분청자 보주문 장군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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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2. 분청자 보주문 장군 부분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새로운 왕조가 시작되면서 15세기 전반에 언뜻 보면 질박하게 보이지만, 상징을 알고 보면 매우 화려하고 장엄한 분청자 상감 보주문 접시와 항아리 그리고 장군 등 모든 도자기에 보주문을 빽빽하게 표현한다. 분청자 상감 보주문 장군은 그 좋은 예다(도 1-1, 도 1-2). 그리고 병 전면에 역시 빈틈없이 보주문을 상감했다(도 2-1, 도 2-2). 그 무량한 보주들을 빨간색으로 분석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드높이 고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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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1. 분청자 보주문 항아리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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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2. 보주문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지난 36회 연재에서 고려청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문이 보주문임을 증명했다(도 3-1, 도 3-2). 그러므로 분청자에서 창안된 이른바 인화문(印花文)이 보주문임을 인식하려면 고려청자의 보주문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인화문이란 용어는 막연히 꽃이라 부르고 있고 현실에서 보는 꽃도 아니어서 용어라고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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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1. 고려청자 보주문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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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2. 고려청자 보주문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그리고 제37회에서 분청자의 작은 접시에 작은 보주가 빼곡히 표현하여 사방으로 확산하여 감을 설명했다. 이처럼 보주문을 빼곡히 표현한 접시는 실로 고려청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주문의 혁명적 표현방법이다. 그러므로 <보주>를 모르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도자기의 원류와 상징은 전혀 풀려질 수 없다. 즉 필자는 세계 최초로 보주의 실체를 일아 내어 세계 최초로 도자기의 원류와 상징을 밝혀나가고 있는 셈ㅇ다.

보주 안에서 무한한 보주가 생겨난다는 진리를 보주문 분청자기들은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도 4-1, 도 4-2). 즉 보주문 자기에서 ‘전면(全面)’에 표현하여 도자기 안에 무량한 보주가 내재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자기 표면에 유감없이 표현되고 있으며 앞으로 다룰 분청철화문에서도 마찬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분청자 작은 접시는 보주의 장엄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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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1. 분청자 내섬명(內贍銘) 보주문 접시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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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2 부분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인화문이란 용어는 아무 의미 없는 명칭이어서 그로 인해 보루문의 상징은 오랫동안 매몰되어 왔으며, 분청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사이에서 과도적 존재로 전락하였다. 분청자에 베풀어진 문양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못했으며, 겨우 ‘현대적’이란 굴욕적인 평가만 남아있을 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인화문은 모두 보주문이다.

특히 접시에서는 병이나 항아리처럼 내부 공간이 없으므로 만병이고 보주라고 인식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평평하고 넓적한 원형의 윤곽을 띠므로 확산성이란 보주의 속성을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보주의 작동에는 순환성과 확산성이 있다. 확산성의 분청자를 채색분석하면 인식의 깊이에 점점 도달하여 환희심을 체험하지만 아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섬(內贍)’이란 글자는 궁궐 내 궁(宮)과 전(殿)에 공급하는 물품과 이품(二品) 이상 관원들에게 하사하는 술 및 일본인과 여진인에게 보내는 음식물과 직조문 등에 관한 일을 담당했던 관청이었다가 후에 모든 것을 폐지하고 기름과 식초 및 소찬(素饌)을 공급하는 일을 담당했다고 한다.

1403(태종 3)년에 덕천고(德泉庫)에서 내섬사(內贍寺)로 바뀌었다. 내섬사라는 관사명(官司名)은 태종 3(1403)년부터 정조 24(1800)년까지 존재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관서 이름을 접시의 중심에 보주를 두고 사방으로 확산하는 보주문 사이에 문양화하여 확산 세를 부여한 것도 매우 대담하다(도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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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3. 분청자 보주문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1.18

보주문을 비롯하여 철회문에 도자기의 본질이 가장 명료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조형언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네 가지 형태소(形態素)가 가장 간결하고 확실하게 표현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만물생성의 근원인 조형언어의 4가지 형태소, 즉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영기문과 보주가 분청자에 명료히 표현되어 있음을 모르고 단지 초문(草文)이라 막연히 부르고 있으니 분청자야말로 천하제일인 줄 모르고 있다.

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는 형태가 분청자기에서는 도 4-3에서처럼 꽃모양으로 보주를 만들어 접시에 가득 채웠다. 그러므로 단순히 원으로만 표현한 보주와 사방으로 확산하는 형태를 취한 보주문은 결국 같은 것이다. 보주가 무한히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은 역시 수많은 분청자를 채색분석해 보아야 알 수 있다. 막연한 인화문이 보주문으로 보이는 순간, 분청자 상감 보주문 장군이나 병이나 항아리는 도자기의 상징을 극대화하여 보여줌을 알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도자기에서의 주체는 표면에 표현된 문양들이다. 도자기 안에 물이 가득찬 만병(滿甁)의 성격에서 그 물이 밖으로 넘쳐서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영기문들을 내포한 복잡한 영기문들로 변하여 표면에 가득 메우기도 한 것을 이미 고려청자들에서 보았다. 그동안 세계의 도자기 전공자들이 그 막중한 문양의 성격을 알 수 없었으므로 도자기의 상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이런 것을 천지개벽이라 한다. 

이제 다음부터 분청자 철화문 그릇들에서 우리는 기막힌 영기문을 보게 된다. 즉 보주에서 생겨나는 4가지 형태소를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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