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르치고 있는데 과연 우리 군은 적을 다 알고 있을까?

2010년 이상우 국방선진화 추진위원장은 한마디로 우리 군은 북한군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록 시간이 지났다고 하나 국가안보는 간단(間斷)이 없기에 재론의 여지가 있다. 우리 군의 선진화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군이라는 적을 이기는 전력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

북한군은 대부분 무기체계가 2세대 장비지만 선군정책을 지속하면서 전략전술훈련에서 4세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한 방증사례는 지난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포격도발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K-9자주포가 6문 배치되어 있었는데 4문이 정상교육에 참가하여 사격을 하고 있었다. 4문으로 각각 15발씩 60발을 쏘는데 딱 59발을 쏘자 북에서 포탄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장전하여 쏠 수 없는 취약시간까지 파악하고 공격한 것이니 북한군의 전술운용수준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예비로 잔류한 2문의 포진지에도 정확하게 특수장갑탄이 뚫고 들어와 K-9의 전자제어장치를 파손시켰고, 간신히 밖으로 끌고 나와서 반격을 해야 했다.

이때 이미 북한군은 포격전에 재밍(전파교란)으로 우리 군의 K-9을 무력화시켜서 사격원점을 모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연평도 앞 작은 섬의 해안포에 반격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포병사격은 개머리반도였다고 하니 기가 막힌 기만전술이었다. 그리고 무인정찰기(UAV)까지 동원돼 탄착지점을 눈으로 봐가면서 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빈국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전투력 증진을 위해 북한이 재밍하고, 무인기 개발하고 준비했다면 우리는 적에 대하여 지난 4년간 무엇을 알고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군이 전자무기인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파)탄까지 개발한다는 정보를 심각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EMP탄은 공중에서 폭발하는 순간 전자기장에 이상을 발생시켜 전자장비의 회로가 망가지는 초유의 마비사태가 발생해 적의 공격에 손도 못쓰고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군사안보적 위기시대를 책임지고 대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12척을 가지고 왜적의 330척을 상대로 싸운다. 공포에 가까운 중과부적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서 대승을 거둔다. 이순신 장군의 존재가치는 전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싸워 지는 군대는 의장대일 뿐이다. 우리 군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강군육성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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