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중 외교장관 회담서 사드 배치 ‘신경전’ 팽팽
왕이 부장 “쌍방 신뢰 훼손”… 실질적 행동 요구
윤병세 “특정 사안에 양국관계 영향 받으면 안돼”
북한 비핵화·대북제재 이행 재확인은 일부 성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25일(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팽팽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도전에 직면한 한중관계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중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와 대북제재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점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주앉았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 정부의 거부감은 그대로 표출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기존 입장을 설명했고, 윤 장관은 사드 체계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실제 회담에선 중국 측의 발언 수위가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쌍방의 신뢰에 손해를 끼쳤다”며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한국 측이 한중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말해 사실상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왕 부장이 한중관계 훼손까지 거론하고 ‘실질적 행동’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나라와 국민인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며 “이는 책임 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특히 앞으로 양국이 협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양국 관계의 대국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러나 왕 부장은 회담에서 윤 장관의 발언을 듣던 도중 손으로 턱을 괴거나 손짓을 하는 등 사드 관련 한국 정부 입장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도 했다. 이날 양국이 당초 비공개로 진행하려던 모두 발언을 회담 직전 중국 측이 한중 취재진에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것도 사드 문제를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수호하겠다는 입장과 안보리 결의 제2270호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6월 말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스커드·노동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한 안보리와 아세안 ARF와 EAS 차원에서의 대응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사드 논란 속에서도 중국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외교 수장 간 소통이 이뤄지고, 앞으로도 G20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양국 간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우리 정부에 ‘실질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가 더욱 냉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를 실제 배치할 경우 중국의 추가 대응 여부에 따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ARF 대북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중국 측이 반대하면서 바닥에 깔린 ‘앙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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