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대형약국에 심야응급약국을 상징하는 레드마크가 붙어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슈퍼 약 판매 막으려는 이권 행동”
VS “국민건강 증진 목적··· 매도 말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시민의 편의를 위해 야간에도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심야응급약국이 14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났다. 이는 심야응급약국 파행 우려가 계속됐음에도 대한약사회(약사회)가 계속해서 현직 약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어서 쉽사리 운영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운영 점검 결과를 통해 기존 14개 심야응급약국 중 2곳이 운영 미비로 취소되고, 7월 이후 7곳이 추가돼 현재 18개소를 운영 중이라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심야응급약국은 성동구 도원약국, 광진구 신중앙약국, 강북구 세화약국, 도봉구 진성온누리약국, 영등포구 영등포제일약국 5곳과 순환 근무에 참여하는 종로구 31개소와 구로구 54개소 약국 총 7곳이다. 기존 14개소에서 제외된 1개소는 자진 취소, 나머지 1개소는 문을 닫아 취소됐다.

심야응급약국은 기존에 운영하던 당번약국을 보완하고자 약사회가 지난 7월 19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사업이다. 약사회는 시민이 새벽 시간대 의약품 구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막기 위한 약사들의 독점 행위에 불과하다는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 관계자들은 심야응급약국에서 팔 수 있는 약품은 일반의약품에 한정돼 처방전이 있어야만 발급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응급’약국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약사회는 이권 독점이라는 말에 대해 심야응급약국은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곳에 심야응급약국이 들어선 해당 구의 김록희 도봉·강북구약사회 사무총장은 “(심야응급약국은) 대한약사회가 실시하는 사업이고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원칙을 회원들이 공감했다”며 단합 행동으로 보는 시각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추가 운영된 7곳 중 한 곳인 세화약국의 이광근 약사도 “의약품은 반드시 약사와 상의한 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늦게까지 일하는 약사들의 사명감을 슈퍼의 일반약 판매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복지부)에 심야응급약국의 6개월간 운영 성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향후 계획을 밝혀 달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경실련 사회정책팀 관계자는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야응급 약국 수가 적어 사실상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인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장 약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구 약사회 관계자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약사들의 순수한 의도를 매도하는 처사”라며 “심야 시간에 약 구입이 힘들다고 슈퍼 판매를 하면 의약분업을 왜 한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를 통해 잘 알려진 게보린도 오남용으로 초등학생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약사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현재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적합한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심야응급약국도 올해 말이면 시범 운영이 끝나 약사회에서 회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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