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이슬람 사원 평화적 건립과 무슬림 유학생들에 대한 혐오차별 반대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구경북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이슬람 사원 평화적 건립과 무슬림 유학생들에 대한 혐오차별 반대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확산하는 ‘이슬람 혐오’

테러 세력 소수에 불과

“무슬림에 대한 편견 多

무조건 배척해선 안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민국 땅 대구 아닌 그 어디에도 더 이상의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합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무슬림들은 비이슬람화 국가인 대한민국을 이슬람화시키려고 꾸준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들은 순수한 마음에 기도를 하기 위해 사원 건설을 하는 것이 아닌 세력 확장을 하고있는 것”이라며 “한 나라의 문화 종교를 자기화시키려는 이슬람 세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논란으로 촉발된 ‘이슬람 혐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무슬림을 둘러싼 여러 주장이 확산하면서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는 ‘이슬람 공포증’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슬람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선 안된다는 여론도 나오지만 거부감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내 거주 무슬림이 탈레반?

‘탈레반아! 여기가 니 나라냐!’. 이는 이슬람 사원이 지어지는 대구 북구 인근의 한 고등학교 도로변에 붙어 논란이 됐던 현수막의 내용이다.

무슬림을 비판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와 동일시 본다는 것이다.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테러범’이라는 이미지는 이슬람국가(IS) 탈레반 등 급진주의 단체들이 테러를 저지르고 난 뒤 자신들이 무슬림이라고 주장하면서 생겼다.

국내에서는 김선일씨 사건과 샘물교회 사건이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영향이 컸다.

김선일씨 사건은 2004년 이라크에서 미군에 각종 물품을 제공하는 한국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이었던 김씨가 이라크 무장단체 알타우히드 왈 지하드에 납치돼 피살된 사건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활동을 하러 갔던 샘물교회 봉사단은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2명이 사망하고 21명은 40여일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이슬람은 전쟁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살인을 허용하지 않는다. ‘살인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코란(이슬람교 경전)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란에는 ‘쇠붙이로 형제를 가리키는 형제가 있다면 그가 그 쇠붙이를 놓을 때까지 천사들이 그를 저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정하게 살해되는 현장에 있으면서 살인을 막지 못한 자에게도 하나님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등 살인을 강력하게 금지하는 구절이 나온다.

테러를 벌이는 이슬람 세력은 IS 등과 같은 일부 극단주의 단체들이다. 그들은 ‘믿지 않은 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들과 싸우고 죽여라’ 등 코란 속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테러를 정당화한다.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은 무슬림조차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슬림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IS를 지칭할 때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라고 쓰는데 사실 IS는 이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장테러단체일 뿐”이라며 “그런데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IS를 듣고 이슬람 전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이같이 무슬림 테러리스트는 극소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강한 이슬람 공동체까지 테러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국제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중 2.5%만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다. 2400건의 테러 중 60건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것에 해당한다. 유럽의 다른 기관에서는 약 2%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통번역과 이수정 박사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살고있는 평범한 무슬림들을 절대로 테러리스트로 보면 안 된다”며 “기정사실화 할 수도 없고 실제 (이슬람 사원이 들어선 지역에서) 우범지역이 된다던가 테러가 발생한 지역도 없다”고 말했다.

◆무슬림, 공격적 포교방법 쓰는가

무슬림이 우리나라에 온 목적은 대한민국을 이슬람화하려는 것이며 무슬림은 기독교와 달리 주민들을 속이는 공격적인 포교방법을 쓴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박사는 “특별한 선교 방법은 없다”며 “해외 국가의 경우, 간혹 종교단체에 따라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선교 활동을 하는 이슬람 집단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코란에도 무슬림은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방식으로 전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무슬림들이 잠재적 범죄자?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다. 대구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슬람 기도원 위치 사진과 함께 “이슬람 교인들이 테러를 일으키기 전에 당장 내쫓아야 한다” 등의 글이 적잖게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슬람 교인들이 범죄나 테러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2017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가장 높은 검거지수를 기록한 국적은 비이슬람권인 몽골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이 2,3위를 기록했으나 같은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두 나라는 캐나다, 미국보다도 낮은 범죄율을 보였다. 단순히 종교와 범죄가능성을 연결지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박사는 “결국 가장 기저에 있는 원인은 ‘외국인 포비아’에서 기인되는 거부감”이라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지만 좋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고 삶을 꾸려야 하는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결국 우리한테도 다시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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