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스런 일공현혜 무너지는 것은 소리가 있다지만보이지 않게 무너진 것은 소리가 없어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한사코 이슬 맺는다서로 귀 기울이지 않는 도시다 저녁 벤치에 앉아 어둠이 되는 굽은 등엎어져도 일어서도 수렁인 그림자 나란한데 빈 가슴에 바람이 사는 탓인가 눈동자 흔들린다살아보겠다는 자그맣고 가냘픈 불씨 살아나기 전 슬픔은 뒤 돌아 보며 슬픔들을 불러와 물을 끼얹고일어설 수 없는 수렁의 깊이를 더하는 세상골목마다 소멸되기 싫은 이름들 모여말로는 다 하지 못할 심경 목 놓아 노래할 때깨닫는 배고픔으로 하루를 또 건너가는 삶의 가벼
산 59번지에- 허튼 소리김명배(1932~ )빗물이 길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그 길이 생각나지 않는다 몇 시쯤 됐을까 세상은 비에 젖은 낡은 신문지 아주 오래된 속보 어디로 가야 하나 길은 하나면 되지 싶은데 그만하면 많은 길이지 싶은데 너를 돌아가는 길 그 길이 생각나지 않는다 빗물이 길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눈을 감아도 생각나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 산성동 산 59번지에 비가 내린다. [시평]우리네 삶이 어디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분명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 놓고 매일 매일을 그 방향에
최근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 고위 대표단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계기로 이 같은 남북 해빙무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우리 정부가 2차 고위급 접촉까지 상황 관리에 힘을 쏟으며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물론 북한이 이번 폐막식에 참석한 의도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여기에 북한 대표단이 방남한 날 북한 노동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북한군 경비정이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북한이 지난 7일 있었던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대해 항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이 전격적인 방남을 마치고 귀환한 지 며칠 뒤에 서해에서 남북 간에 사격전이 벌어졌고, 그 직후에 북한에서 전통문을 보내 항의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북한에서 전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고 답답한 노릇이다.우리 국민은 이렇게 요동치는 남북관계의 내막을 잘 모를 뿐더러 궁
최상현 주필 연평도 해역에서 또 한 번 남북 함정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경고 사격만을 주고받아 피차에 피해는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설명이 됐더라도 교전은 교전이다. 교전은 크거나 작거나 당장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더 큰 싸움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적당히 퇴각해서였던지 우리가 자제해서였던지 또는 그 둘 다가 원인이었던지 간에 싸움은 짧게 끝났다. 그것을 다행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해서 가볍게 볼 사안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 군대나 무력 사용은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이므로
박상병 정치평론가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윤 일병 폭행치사 사건 때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불러 책상까지 치면서 질타했다. 국민의 정서에 딱 맞는 집권당 대표의 분노였다. 이번에는 문화부 장관을 불러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이 미흡하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당 대표가 정부 책임자를 불러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대개 ‘당정협의’ 수준으로 교감만 주고받던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보수의 혁신, 다시 김무성의 아이콘으로김무성 대표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의 왕자이자 국제석유투자회사의 대표인 만수르를 패러디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억수르’가 큰 인기다. 한국의 유명한 스타들도 ‘억수르’ 앞에서는 “거지야?”라는 소리를 듣는 등 외국인 부자의 모습을 풍자하는 장면이 웃음을 준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소리가 개그 속 웃기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카타르도 석유 판 돈, 오일머니로 부자가 된 ‘만수르’ 나라다. 반세기 전만 해도 수도 도하에 변변한 건물 하나 없던 별 볼일 없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양원향정부득견(凉原鄕井不得見), 호지처아허기연(胡地妻兒虛棄捐).몰번피수사한토(沒蕃被囚思漢土), 귀한피겁위번로(歸漢被劫爲蕃虜).조지여차회귀래(早知如此悔歸來), 양지녕여일처고(兩地寧如一處苦).-고향은 다시 가지 못할 신세이면서, 토번의 처자만 공연히 버렸구나.토번에서는 내 고향 중국만 그리웠고, 중국으로 돌아와서는 토번의 처자를 그리워하니,이럴 줄 알았다면 돌아오지나 말 걸, 오나가나 고생할 바엔 차라리 한 곳에서 버틸 걸.”백거이의 ‘박융인(縛戎人)’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AD 623년에 시작된 당과 토번의
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 유학의 보편화, 더 나은 삶을 위한 이민 등으로 인해 세계는 복잡다단한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무대에서의 성공은 지식, 글로벌 사고력, 넓은 인맥 등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국가적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 국외 유학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 유학은 더 이상 특정계층이나 특정인만의 선택이 아니다.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들의 국외 유학 인원은 12만 3000명에 달하는
박종윤 소설가 ◆주문인(周文仁)한(漢)나라 경제의 낭중령에 주문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조상은 임성사람이었다.그는 문제 때에 시의로 있다가 태자부로 자리를 옮겨 갔다. 거기서 공을 쌓아 승진을 거듭해서 태중대부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태자가 즉위하여 경제가 되자 낭중령에 기용되었다.주문인은 아주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언제나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었으며 오줌이 지린 아랫바지를 걸치고 일부러 청렴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경제는 안심하고 그를 자유롭게 자신의 침실까지 출입을 허용했다.경제가 죽은 뒤에도 그는 낭중령에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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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인천 국제공항에 북한 국적의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오면서 대한민국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이른바 북한 김정은 체제의 권력 핵심 3인방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확히 황병서는 현재 북한 권력 순위 4위인 인물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그 다음이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다. 하지만 총정치국장은 군 서열 1위다. 선군정치의 북한에서 군 서열 1위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들 3인방 세 명 모두 노동당 정치국원들이다.바로
서울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방승부 지난 8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몇몇 언론에서 ‘경찰관을 모욕한 현행범 체포를 공권력 남용이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경찰관을 모욕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 사건은 2011년 20건에서 2012년 22건, 2013년 33건으로 늘었다. 진정사유로는 체포요건 미비(58.5%), 과도한 물리력 및 수갑사용(25.9%)이 많았다. 체포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는 진정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이를 근거로 몇몇 언
VOL. 107 김진호 화백
지난 4월 16일 진도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고 다음 날부터 6개월 가까이 수사를 거쳐 나온 결과 중 침몰의 직접 원인은 이 사건 초기 언론에 흘러나왔고 예상한 대로였다. 선령이 오래된 선박 여객실을 무리하게 증축해 좌우 불균형이 생긴 상태에서 사고 당일에는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 1375t을 감축하는 대신 화물 적재량(1077t)보다 2배 정도 많은 2142t을 과적했다. 게다가 차량·컨테이너 등 화물 고정 부실, 미숙한 조타(操舵)에 따른 운항상 미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침몰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사하는 올해 국정감사가 7일부터 일제히 시작됐다.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상임위는 작년보다 44개 피감기관이 늘어난 672곳에 대해 국감을 실시하고 있다. 초반부터 여야 의원들은 송곳 질문으로 정부를 추궁하면서 정국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국회 정무위에서는 국무총리실 감사에서 자격 없는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따지는가 하면, 최근 3년간 개최 실적이 전혀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한국의 정치·종교현실이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 한국은 경제는 성장해 있을지 몰라도, 정치·종교·언론에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종교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며칠 전 한국교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일이니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의 대표를 선출하는 데도 10억을 주면 당선되고 5억을 주면 떨어진다는 소위 ‘십당오락’은 이미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한국교회의 대표 지도자로 손꼽히는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 스포츠가 기본종목의 절대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한국 메달 성적표를 살펴보면 현재의 문제점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지난 4일 끝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 79, 은 71, 동 84개로 중국(금 151, 은 108, 동 83개)에 이어 일본(금 47, 은 76, 동 77개)을 크게 제치고 메달 종합 2위를 차지해, 아시아 스포츠 2대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메달 성적의 속내를 찬찬히 뜯어보면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