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앞두고 기독교계 기념
“예수의 십자가 고난 묵상”
천주-개신교 보는 시각 달라
로마가톨릭 당시 정한 절기

14일(현지시간)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한 여성이 과테말라 산후안바우티스타 교회에서 이마에 재 십자가를 받고 있다. (출처: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한 여성이 과테말라 산후안바우티스타 교회에서 이마에 재 십자가를 받고 있다. (출처: EPA=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3월 31일 부활절을 앞두고 전 세계 많은 기독교인이 사순절을 지키고 있다. 성공회, 루터파 등 천주교와 대다수 개신교에서는 사순절을 기독교 절기로 정하고 지킨다. 이에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사순절을 맞아 잇달아 메시지를 발표하며 이 기간 절제하고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시간으로 보내자고 권면했다.

반면 몇몇 개신교 교단은 사순절이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절기고 로마가톨릭 당시 정한 절기라는 이유로 지키지 않고 있다.

사순절, 지켜야 하는 절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경에서 지키라고 한 절기는 아니다. 사순절은 예수가 세례를 받은 뒤 40일 동안 황야에서 금식하고 사탄의 유혹을 받으며 보낸 기간을 기념해 생긴 관습일 뿐이다.

◆사순절 의미

사순절(四旬節, Lent)은 부활절 전까지 6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으로, 기독교는 이 40일을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경건하게 보내는 절기로 지키고 있다. 이 기간 예수의 고난을 생각하며 매일 성경을 읽고 참회, 금식, 단식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사순절이라는 말은 사실 성서에 없다.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그 기간을 테사라코스테(Tessarakoste)라는 그리스어, 혹은 쿠아드라게시마(Quadragesima)라는 라틴어로 불렀는데, 둘 다 ‘40번째’라는 뜻이다.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 일자를 확정하며 확인한 절기지만, 구체적인 기간이나 금식 등의 구체적인 행위 규정은 종파마다 다르거나 시대별로 다르다.

사순절의 기간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서로 달리했다. 동방교회는 600년경부터 7주간으로 했고(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하고 부활주일만 포함해 36일을 지킴), 서방교회는 6주간(주일을 제외하고 36일을 지킴)으로 했다. 예루살렘교회만 4세기 때처럼 40일을 지켰는데 그중 5일만 금식했다.

그러던 것이 교황 그레고리 때부터 40일을 지키게 돼 가톨릭에서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사순절이 시작됐다.

천주교에서 사순절이 갖는 의미는 제2바티칸 공회의의 결정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가 1963년 말에 발표한 전례헌장 102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헌장을 통해 로마교황청은 사순절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총망라한 교회력 또는 전례력의 중요한 하나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니케아 공의회(325년) 제5법령으로 규정된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을 기념하며 사순절 기간 동안 참회의 시간을 갖고, 금식, 금욕 생활을 한다. 이처럼 천주교에서는 사순시기를 중요한 절기로 규정하고 지켜왔다.

반면 개신교에서는 성공회, 루터파 교회에서 교회력 절기로 정해 지키고 있지만, 절기로 정해 모든 교단이 엄격하게 지켜오지는 않았다. 개신교는 사순절 기간이 처음으로 언급된 것이 성경이 아닌 니케아 공의회였기 때문에 사순절을 큰 절기로 지키지는 않았던 것이다.

예장합동 제83회 총회보고서에서는 사순절에 대해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고, 좋은 절기로 다양한 형식을 갖추고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성경중심의 신앙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브라질 카니발축제를 예로 들며 금식‧금욕 기간인 사순절 전 주간을 축제 기간으로 삼고 행해지는 문란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절제 없는 행위를 한 후 고해성사만 하면 된다는 식이 돼버린 일부 신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히 예장합동은 ‘사순절의 의미와 기원행사 등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교단 내에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사순절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예장합동은 개신교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합동총회 등에 속한 교회들은 사순절을 지키지 않고, 부활절 바로 직전 일주일을 고난주간으로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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