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선 작가가 굵은 동선을 이용해 칠보공예의 화려함과 중후함을 표현한 동칠보 수반 ‘추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억’은 전주 공예품 전국 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색감에 ‘홀딱’ 반해 칠보공예 입문
전국 다니며 기술 습득… 스승만 3명

“900도 가마 불 조절이 최고 매력”
“동선 칠보공예는 자신 있어요”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칠보공예(七寶工藝) 작품의 색감에 홀딱 반했어요.”
홍순선 칠보공예 작가는 “작품을 900℃ 정도의 가마에 넣고 1~3분간의 불 조절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 작가가 지금의 기술을 보유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뛰어난 기술을 얻게 됐다. 이렇게 어렵게 배운 칠보기법인 만큼, 대중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홍 작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기술을 습득한 제자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분주하게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칠보공예를 시작한 계기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많아 어떤 사물이든 쉽게 잘 만들었다. 동판공예에 처음 입문하게 된 건 17년 전이다. 칠보공예를 하는 회원이 있었는데 그 회원이 만든 목걸이가 눈에 ‘확’ 띄었다. 그건 칠보공예였다. 칠보의 색감에 홀딱 반했고 그때부터 칠보 공예를 배웠다. 더 좋은 공예기법과 색감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국을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그 결과 칠보공예를 가르쳐준 스승님이 3명이나 된다. 특히 박○○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동선을 활용한 칠보공예 작가의 최고 중 한 분이다. 나는 선생님의 칠보공예 작품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다. 처음에는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끝까지 선생님을 설득해 마침내 동선을 활용한 칠보기법을 배우게 됐다.

▲ 동선을 이용해 만든 동칠보 장식용 접시. ⓒ천지일보(뉴스천지)

― 칠보공예의 매력은.
칠보공예는 ‘왕실공예’라고도 말한다. 칠보공예의 매력은 한마디로 ‘색감(色感)’이다. 칠보에 유약을 멋있게 발라도 불을 다룰 줄 모르면 작가가 의도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불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유약의 선택이나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마를 잘 다뤄야 한다는 것이 제일 매력적이다. 칠보공예의 색감은 다른 공예보다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작품의 중후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은으로 만든 칠보는 은 자체의 은은함이 매력이다. 칠보에 유약을 올렸을 때는 색깔 표현이 잘 나오고 아름답다. 색상도 제일 예쁘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동칠보를 이용해 작업을 한다.

― 칠보공예 작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칠보는 기법(30~40가지)에 따라 색상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다. 칠보의 뜻은 ‘금·은·청옥·수정·진주·마노·호박’을 말한다. 칠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금속, 칠보 유약, 칠보 가마가 필요하다. 먼저 금속 재질은 금, 은 또는 구리가 필요하다. 둘째는 칠보 유약(규소)이 중요하다. 유약은 물감처럼 노란색, 빨간색 등 다양하다. 금속 표면에 아름다운 색감을 입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칠보 가마다. 금속 표면에 바른 칠보유약을 잘 구워내 작품을 완성시킨다. 가마 온도는 900℃ 정도로 맞춘다. 가열 시간은 1~3분 이내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타이밍은 생명이다. 가마 중앙에는 조그만 유리 구멍이 있다. 이 구멍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직접 관찰해 적절한 때에 작품을 꺼낸다.

― 칠보공예의 발전을 위해 작가들은 어떤 노력을 하나.
칠보에 대한 기법은 많은 사람에 의해서 개발되고 있다. 이론상의 기법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 특이한 기법을 터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론만으로 있으면 의미가 없다. 작품을 굽는 시간, 그리고 가마의 온도 차에 따라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다르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들은 자기만의 새로운 기법을 터득해 간다.

디자인도 그렇다. 가만히 앉아 이론만 터득한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수천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터득하고 발전해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무리 이론을 배워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노력과 열정이 중요하다.

―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동선(銅線)을 이용한 칠보작품이 자신 있다. 보통 작가들은 0.3~0.4㎜ 동선을 사용하지만 ‘0.6~0.7㎜의 두꺼운 동선을 사용한다. 니퍼(nipper)를 사용해 다양한 모양의 잎사귀나 꽃잎, 그리고 무늬를 만든다. 동선을 이용한 작품은 굉장히 매력 있다. 가마에서 구워 낸 칠보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광택이 없는(샌딩처리) 무광기법과 가마 속에서 유리질화로 변해 빛이 나는 유광기법이다.

▲ 지난 1월 대전시 유성평생학습관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칠보체험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칠보공예 지망생과 취미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선 무엇이든지 인내가 없으면 못한다. 내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 포기하지 않고 해내겠다는 인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런 수강자들에게는 칠보공예의 비법을 아낌없이 다 전수해 줄 수 있다. 특히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최고의 칠보공예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칠보공예를 어렵게 배웠다. 나도 몇 번이나 주저앉았다 일어섰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사람에게는 쉽게 칠보공예를 알려주고 싶다. 시행착오 겪지 않고 짧은 시간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 이 분야에 뛰어난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도록 노력하겠다.

취미로 배우는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돕고 싶다. 칠보를 배우는 기간은 본인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 1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

― 앞으로의 포부는.
모든 공예를 하는 분야에는 명장과 명인이 있다. 현재 나는 명장회 회원이다. 나는 명장 중에서도 최고의 명장이 되고 싶다.

 짧은 기간 안에 명장 회원으로 활동하게 돼 감사하다. 여기에 자만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2~3배 더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칠보공예 발전과 최고의 명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최고의 기술 전승자가 돼 제자 양성에 힘쓰겠다. 칠보공예 저변 확대와 최고의 명장이 되도록 많은 시민들의 격려와 관심도 부탁한다.

올해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수업을 통해 칠보공예를 알리는 대중화 노력에 집중할 예정이다.

<홍순선 칠보공예 작가 약력>
동화공방 대표
대한민국 명장회 회원
KBS1 TV 방송 출연
금화칠보 대전지부
학교, 시민대학 칠보공예 강사
전 중앙국립 과학관 칠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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