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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포커스] “꽃은 예쁘지만 플로리스트가 되는 길은 예쁘지 않아요”
이지영 기자  |  esther@newscj.com
2017.03.28 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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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한 문현선씨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현선 동양최초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방대한 이론 교육 8년 이수 후 ‘마이스터’ 호칭 얻어
“꽃은 부드럽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정확해야”
꽃 문화 띄운 대기업, 전문 플로리스트 양성에 일조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문현선씨는 독일의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교육을 마친 동양 최초 여성이라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마이스터(Meister)라는 호칭은 독일에서 그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독일의 마이스터 교육을 마친 후 정식으로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이 시험을 합격한 후 ‘마이스터’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플로리스트 마이스터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전체 8년의 기간으로 이뤄진 커리큘럼에는 경영학부터 시작해서 전체 수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통계학, 미학과 장식 원예 수업 등 많은 종류의 이론 수업이 빡빡하게 이어진다.

또 독일 현지 꽃집에서 일을 하는 등 실습도 겸해야 한다. 문씨의 경우 독일어 공부까지 해야했다. 기간이 길고 어려운 과정인 만큼 끝까지 이를 마친 사람이 적을 만도 하다.

그는 왜 이 어려운 길을 가게 됐을까.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꽃을 공부하면서 외국 전시회에 자주 나갔었다고 한다. 독일의 꽃들이 특히 눈에 들어왔는데 그 배경엔 바로 마이스터 교육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쁘게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점에서 플로리스트 직업을 예술적 영역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꽃은 예쁘지만 플로리스트가 되는 과정은 결코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의 영역에선 모호함과 막연함도 허용되지만 플로리스트는 정확성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가 유명한 이유는 모든 교육 과정을 철저하게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는 정해진 틀이 있고 교육생이 이것을 단계적으로 완벽하게 체득하면 그 자격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자격을 취득하면 바로 직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자격증이 실제 직업적 역량을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스트가 갖춰야 할 높은 실무 수준이 있음에도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은 이에 십분의 일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 문현선씨가 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현선씨는 독일에서 8년 동안의 마이스터 과정을 3년으로 압축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교육의 핵심은 플로리스트의 직업관을 갖게 하는 것이다. 플로리스트로서의 직업관은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독일에서 배워온 가장 인상적인 가르침은 “너희는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꽃이 좋아서 꽃을 찾아오지만 그 감정을 유지시키려면 꽃을 파는 사람이 정확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플로리스트는 내가 꽃을 보고 즐거운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꽃 구매자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꽃은 부드럽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정확해야 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대했던 이미지와 달라서일까. 플로리스트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3년 과정을 다 마치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까다롭게 뽑아서인데도 말이다.

플로리스트를 제2의 직업으로 선택을 하는 추세여서 고충이 따르기도 한다. 전 직장에서 너무 힘들게 일한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다. 기대와 달리 플로리스트가 되는 길이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나서는 결국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한국에서 전문 플로리스트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플로리스트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엄격함을 유지해왔다.

플로리스트의 높은 기술력을 뒷받침할 취업 시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도움이 됐다는 답을 내놨다. 플로리스트라는 개념이 한국에선 2000년부터 생겨났지만 실제 꽃 문화를 띄운 것은 거대한 자본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외국의 플로리스트가 영입되고 꽃 장식 수준이 100만원선에서 10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도매시장으로 부족해 농장에서 직접 꽃을 공수해야 할 만큼 꽃 구매량이 많아졌다.

대기업 계열사인 호텔과 백화점 경영팀에서 샵을 만들어 직접 공간 장식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등 대목에는 국내 매출의 절반을 가져갈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해졌다. 그는 전문 플로리스트들의 활동 무대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꽃을 사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내놨다. 여기서도 플로리스트들의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꽃다발을 사가서 일주일 안에 3송이만 시든다면, 이 3송이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동일한 시기에 샀다면 동일한 시간 안에 시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이 같이 우리의 꽃 문화도 꽃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꽃 구매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이전 같으면 꽃을 받으면 말리기에 바빴고 특별한 기념일에만 사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젠 그냥 평소에도 꽃을 사게 됐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이 꽃에 더 접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람들이 플로리스트를 통해 꽃을 더 알아갈 수록 꽃 소비는 점점 많아지고 삶은 더 풍요로워 질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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