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회 다문화 센터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중림로 사무실에서 레인보우 합창단의 창단 배경과 유엔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성회 다문화 센터 대표 인터뷰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 유엔서 공연
13개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 43명 단원 활동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이 열린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총회장. 우리나라 대표 민요인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타우왁쿨 카르만,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 동물학자 제인 구달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의 눈이 일제히 한곳을 향했다.

다문화 어린이 24명으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은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유엔 본부 무대에 올라 ‘아리랑’과 함께 중국, 일본, 베트남, 러시아 등지의 민요를 편곡해 부르며 현장을 무지개빛 화음으로 물들였다.

특히 이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을 기념해 참석자들이 차례로 연사로 나서며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인종, 종교, 국경을 초월한 다문화 아이들 24명의 레인보우 합창단이 들려주는 청아한 하모니는 그야말로 ‘평화의 메시지’였다.

무대를 지켜보던 김성회 다문화 센터 대표는 공연을 준비했던 지난 5년이 주마등같이 스쳐 갔다. 처음 레인보우 합창단을 만들고 이끌어 오면서 꿈꿔왔던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중림로 다문화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레인보우 합창단의 창단 배경과 유엔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과정 등을 설명했다.

“유엔 공연을 처음 생각한 것은 5년 전쯤이에요. 그냥 막연했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3년전부터에요. 쉽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어림 없다’면서 말렸고 유엔 공보국에서도 묵묵부답이어서 ‘정말 안 되는 일인가’라는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올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밀어붙였죠. 그런데 아이들의 공연 영상 자료를 보낸 지 하루 만에 유엔 공보국에서 ‘OK’ 사인이 났어요.”

그가 유엔 공연을 그토록 성사시키고자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유엔은 곧 아이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아이들의 꿈이라…. 그에게 좀 더 자세한 의미를 물었다.

“유엔은 범세계적인 국제기구잖아요. 세계 속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구촌 가족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유엔처럼 인종, 종교, 국경을 초월한 국제결혼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야말로 국가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국제 네트워크의 상징인 유엔이 아이들의 꿈이라 할 수 있죠.”

김 대표가 다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가 방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도 혼혈 아동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센터 설립에 나서게 됐다. 종교계, 학계, 정계 인사들이 모여 2008년 1월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고 김 대표는 당시 사무총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1월 공동대표를 거쳐 올해 5월부터 대표를 맡아 다문화 센터를 이끌고 있다.

▲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이 열린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레인보우 합창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공: 다문화 센터) ⓒ천지일보(뉴스천지)

레인보우 합창단의 탄생은 바로 이 다문화 센터 설립에서부터 출발한 셈이다. 처음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대학생 간의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친구도 없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게임에만 빠져 있거나 주눅 든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고민 끝에 ‘합창단’을 떠올리게 됐다.

단원 선발을 위해 70개가 넘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다문화 가정 자녀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호소하면서 겨우 57명의 아이를 모집했고 오디션을 거친 끝에 33명의 단원이 확정됐다.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존감’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외 사례에서도 노래로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한 경우가 많아 합창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무모했지만 뛰어들었어요. 아마 알았더라면 못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어요. 게다가 오디션을 보는데 국어책을 읽는 아이, 무대에 올라가 우는 아이, 음정 박자도 힘겹게 맞추는 아이까지…. 하지만 노래를 부르며 점점 아이들의 표정과 성격이 바뀌어 가고 합창 실력도 일취월장했죠.”

그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밝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을 전국으로 확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국다문화어린이합창대회’를 생각해냈고 700여개 학교로 공문을 보내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2010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이 대회에 이제는 전국에서 참가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유명해지자 “토종 한국인은 역차별하느냐”라는 항의도 들어와 지금은 한국인도 포함했고 특정 국가가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현재 13개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 43명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레인보우 합창단은 그동안 G20 정상회담 특별만찬(2010년), 여수세계박람회(2012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2013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2014년) 등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실력을 뽐내왔다.

오는 8일에는 다문화 청소년 뮤지컬단 ‘레인보우 하모니’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첫 공연을 한 레인보우 하모니는 뮤지컬 ‘페임(Fame)’의 무료 공연을 펼친다.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지난 6월 28일 오디션을 치러 단원 13명을 선발해 뮤지컬단 ‘레인보우 하모니’를 창단했다.

“레인보우 같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일곱 빛깔 무지개가 하나 돼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것처럼 단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거든요. 서로 다르지만 존중과 배려, 관용으로 화합해 평화로운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가 됐으면 하고 거기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몫을 해나가길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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